1일 1테포마

내가 최근에 보드게임을 너무 많이 사서 아내가 지쳤는지, 한 달에 한 게임만 새로 배우겠다고 선언을 했다. 그래서 매달 할 게임을 신중하게 고르고 있는데, 1월에는 아를의 평원으로 시작했다. 보톡스에서 극찬을 해서 사실 기대를 많이하고 있었는데, 조금은 심심한 느낌이었다. 아그리콜라의 다양한 카드 조합과는 달리 모든 리플레이성을 몇 개의 건물에만 의존하는데 건물의 갯수가 그다지 많지 않고, 다른 건물이 나왔다고 게임의 방향이 크게 달라진다는 느낌도 못 받았다. 2월의 게임은 트라야누스! 이것도 보톡스의 에퀴녹스님의 추천으로 샀고, 예전부터 해보고 싶었던 게임이다. 뉴욕에서 에퀴녹스님을 만나러 갔을 때 가지고 가서 엄청 재밌게 해서 기대를 잔뜩 안고 아내한테 설명해줬다. 안타깝게도 전형적인 슈테판 펠트의 게임답게 테마가 전혀 안 살아 있어서 아내가 그닥 재밌어하진 않았다. 1월, 2월 게임 모두 실패 후 3월의 게임은 무얼해야하나 고민하다가 테라포밍 마스를 골랐다. 사실 테포마를 계속 미뤄뒀던대는 이유가 있었다. 아내가 요즘은 아주 긴 게임은 좀 힘들어했는데, 테포마는 사람이 적어지면 오히려 게임이 약간 길어지는 이상한 게임이라서 선뜻 들이밀기가 어려웠다. 그 이유 때문에 2인플을 추천하지 않아서 쉽게 들이밀기도 어려웠지만 다른 게임이 딱히 떠오르지가 않아서 일단 시작해봤다.

다행히도 대성공! 아내가 천문학을 좋아하기도 했고, 카드의 능력들이 테마가 잘 살아 있고 (난 거의 안 읽지만) 아내는 flavor text까지 다 읽으면서 엄청 좋아했다. 첫판 이후에 아내가 홀딱 반해서 거의 매일 밤 한 게임씩 했다. 초반에 몇 게임을 내리 이기더니 아내가 기고만장해져서 ‘이 게임을 나를 위해서 만들어진 게임이야!’ 라면서 도발을 걸어왔다. 으으, 이대로 질 수는 없지! 왜 이렇게 많이 질까 고민을 하다가 얻은 결론은 카드 욕심을 너무 많이 부린다는거였다. 그래서 당장 깔 수 있는 카드를 제외하고는 최대한 절제하면서 카드를 샀더니 부쩍 승률이 올라서 아내를 상당히 앞섰다. 그러던 와중에 아내한테 확장을 사라는 명도 받아서 비너스 넥스트까지 바로 추가하고 1일 1테포마를 계속 했다. 원래 비너스 넥스트를 추가하게 되면 금성까지 테라 포밍을 해야해서 게임 시간이 늘어나기 때문에 매 라운드마다 선 플레이어가 1가지 parameter를 그냥 올리게 되어 있는데, 아내는 그렇게 하면 게임을 하다마는 것 같다면서 그 룰도 없이 풀타임으로 게임을 하자고 했다. 분명 오래 걸리는걸 힘들어했었는데…

아내가 테포마를 좋아하는 것까지는 좋았는데 내가 승률이 앞서서 아내를 자극해버린게 문제였다. 난 다른 게임도 다양하게 즐기고 싶었으나 매일밤 테포마 승부를 걸어와서 거의 하루도 빼놓지 않고 지치도록 테포마만 돌렸다. 이제 4월이 와서 4월의 게임을 시작해야하는데 테포마보다 재미가 없으면 안하겠다고 으름장을 놔서 난감한 처지에 빠졌다. 테마성이 이렇게 잘 살아 있으면서 게임성도 좋은 게임은 찾기가 쉽지 않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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