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1006 하버드 보드게임 소모임

메사추세츠 지역으로 오자마자 내가 한 일은 보드게임 모임을 찾는 일이었다. 하지만 학생이 아닌 성인들로 구성된 한인 보드게임 모임을 찾는건 불가능했고, 직접 모집글도 올려봤지만 반응이 미비했다. 그 와중에 지인의 소개로 하버드 한인 학생들로 구성된 보드게임 모임이 있다는 것을 알게되어, 아재가 염치 없지만 철판을 깔고 참가하기로 했다. 가지고 있는 게임 구성을 보니 주로 파티 게임 위주로 돌아가는 것 같아서 이 핑계로 파티게임 라인업을 확충한다는 핑계로 몇개 사들고 갔다.

캠브릿지 방세가 어마어마하게 비싸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모임 공간은 상당히 크고, 놀기 좋게 테이블도 무려 3개씩이나 배치가 되어 있었다. 제일 먼저 눈에 띈건 War of the ring! 아내랑 해보고 싶었으나 주사위가 들어간 게임이라 눈물을 머금고 포기한 게임인데, 바로 눈에 딱 보여서 너무 반가웠다. 놀랍게도 아직 노플. 내가 룰북 읽고 설명도 다 해줄테니 같이하게 해달라고 만나자마자 열심히 꼬리를 쳤다. 조만간 할 수 있겠지? 슬슬 사람들이 오고 기억은 거의 못했지만 인사도 한명씩 나누고 게임을 시작했다. 한 테이블은 Incan gold가 돌아가고 다른 테이블에서는 sushi go파티를 돌리기로 했다. 모임장님이 내가 가지고 온 게임을 돌릴 수 있도록 배려를 해주긴 하셨는데, 나는 이방인이다보니 내가 하려는 테이블에 사람을 모으기가 쉽지가 않았다. 간신히 사람들을 모아서 시타델을 진행했는데, 옆 테이블에서 Incan gold를 하면서 빵빵 터지고 있으니, 우리 테이블에 있는 사람들이 자꾸 시선이 그쪽으로 향하고 게임이 지루해지는게 보였다. 시타델은 상대방 카드를 예측하고 그게 제대로 들어맞거나 아니면 Warlord로 적극적으로 견제하면서 진행되는 게임이기 때문에 Incan gold처럼 빵빵터지면서 게임이 진행되진 않는다. 난 사실 약간 당황해서 어떻게든 게임을 빨리 끝내고 테이블을 다시 합쳤으면 했으나, 어찌된게 사람이 한명 더 늘어서 한판을 더 하게됐다. 여전히 게임은 평범했다. 이 게임은 아무 케릭터나 고르면 게임이 잘 안되고 모든 사람들이 최선을 다해서 추리를 할 때 좀 더 재밌어지는 것 같다. 룰은 간단하지만 재밌게 즐기려면 그닥 쉽지는 않은 게임.

다음으로는 거의 실패할 일이 없는 달무티를 꺼냈다. 같은 테이블에 있던 한 분이 일찍 가셔야 한다고 해서 짧게 끝낼 수 있는 게임으로 내가 가지고 있는게 이거 밖에 없어서 고른건데, 다행히 달무티는 그나마 반응을 좀 보였다. 게다가 내가 왕을 잡고 있는데 노예가 반란을 일으켜서 빵 터졌다. 그 이후로 사람을 늘려서 달무티를 몇 판 더 한 후에 몇몇 사람들은 집에 가고 남은 사람들은 마피아를 하기 위해 모였다.

사실 난 마피아를 그닥 선호하진 않는다. 거짓말도 잘 못하고, 딱히 단서가 없는데 추리를 어떻게 해야할지도 모르겠기 때문이다. 그나마 이번 게임이 신선했던건 ultimate werewolf처럼 케릭터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심지어 진행자들이 추가로 케릭터를 만들어서 진행을 했다는 점이다. 나보다 게임에 대한 열정이 훨씬 뛰어나 보여서 존경스러웠다. 내가 거짓말을 잘 못해서 일찍 죽거나, 엉뚱하게 추리를 했던 두 판의 마피아가 지나가고 세번째 판에서는 하루밤이 지나자마자 늑대편이 인간편보다 많아져서 내가 그걸 바로 지적해서 게임이 끝나버렸다. 처음 온 사람이라고 부추겨 주는건지 훌륭한 논리였다고 칭찬해줬는데, 사실은 그냥 숫자가 더 많다는걸 지적했을뿐이다. 늑대들은 누가 늑대인지 아니까 쉽게 추리가 가능하고, 인간편은 누가 늑대인지 모르니 절대 추리가 안되서 내가 뭔가 있어 보였을 뿐이다.

다 끝나보니 무려 새벽 3시. 아재가 이렇게 놀아도 되나 모르겠지만, 나름 첫 모임치고는 나쁘지 않게 진행됐던 것 같다. 그래도 다음에는 조금 더 소규모 인원으로 좀 더 전략적인 게임을 돌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

171008 오딘을 위한 잔치 1인플

Feast for odin을 할인한다는 지인의 말에 낚여서 냉큼 구매를 했다. 물론 배송비 면제를 위해 다른 게임도 같이 구매했다는건 누구나 다 알 수 있는 일일 것이다. 이 게임은 우베의 종합 선물세트라고 칭찬이 많아서 기대를 잔뜩 했던 것도 사실이다. 1인플을 선호하진 않지만 당장 고정된 멤버도 없고 요즘 집에도 일찍 들어와서 시간도 남으니 룰도 익힐겸 1인플을 돌려봤다. 룰북을 읽으면서도 느꼈던 거지만, 이번 게임은 다른 우베 게임들보다 세팅이 훨씬 간결하다. 게임과 함께 제공되는 검은 박스에 자원이 이미 다 들어가 있어서 꺼내 놓기만 하면 되고 나머지는 보드만 펼치고 자기 일꾼을 올려 놓은 다음 카드 몇장만 받으면 바로 게임 시작이다. 심지어 다른 우베 게임들처럼 게임 내내 자원 공급하느라고 손이 바쁘게 움직일 필요도 없고 라운드 카드도 열 필요가 없다.20171008_175540

게임의 진행은 아래의 사진에 있는 수 많은 액션 중 하나를 골라서 실행하는건 바이킹 숫자만큼 반복하면 된다. 다른 우베의 게임과 다른 점은 일꾼을 하나만 놓는것이 아니라 여러명을 한꺼번에 놓아야 들어갈 수 있는 액션도 다수 존재한다는 것이다. 1인플을 해서 그런지, 일꾼놓기 게임이라기보다는 마치 AP 시스템을 하고 있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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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일꾼으로 무슨 일을 하느냐? 아래 보이는 개인 보드를 타일로 가득가득 채우면 되는 것이다. 개인 보드를 잘 들여다보면 무시무시한 -1이 잔뜩 보이는데, 타일들로 이걸 막아야 한다. 이 게임에 대해서 처음 들었을 때는 패치워크 스타일의 테트리스 형태로 타일들을 놔야 한다고 했는데, 대부분의 타일들이 직사각형 형태라서 칸을 채우는게 매우 쉬울 줄 알았다. 하지만 몇가지 타일 놓는 규칙 때문에 간단한 직사각형이지만 타일 놓기에 많은 고민을 하게 되고 거기에 이상한 형태의 특수 타일들을 놓게 되면 그 고민이 더 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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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게임이기 때문에 짧은 게임으로 6라운드를 진행했는데, 처음에는 대체 이걸 어떻게 다 채우나 싶다가도 결국 아래와 같이 메인보드만 채우는거라면 거의 다 채우고 게임은 끝낼 수 있다. 하지만 이건 결국 감점만 막아줄뿐 점수가 전혀 안된다. 게임할 때는 못 느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감점을 막는게 아그리콜라의 밥 먹이는 것과 비슷해 보인다. 밥은 먹이긴 해야하는데, 밥만 먹인다고 점수가 늘어나는건 아닌것처럼 말이다. 어찌됐든 마이너스 채우기에 급급해서 추가로 있는 보드들은 차마 거들떠보지도 못하고 게임이 끝났다.20171008_231206세팅도 간단하고 6라운드만 진행하다 보니 게임은 매우 빨리 끝났다. 박스 사이즈는 어마어마하지만 이전의 우베 게임보다는 플레잉 타임이 훨씬 짧은 것 같다. 이정도로 빨리 끝난다면 내가 비록 1인플이 취향은 아니지만 7라운드로 진행해서 다른 보드도 한번쯤은 채워보고 싶은 욕구가 스멀스멀 기어 올라온다. 그래도 일꾼놓기 게임은 역시 다인플! 언제쯤 되면 이걸 다른 사람들하고 돌려볼 수 있으려나?

170930 보스턴 모임

오스틴에서 같이 게임을 하던 기석이와 운이 좋게도 보스턴에서 다시 재회를 했다. 오스틴에 있을 때도 게임을 많이 사와서 소개시켜주던 친구라서 이날 만남에서도 기석이가 가지고 온 보드게임을 같이 해봤다. 한국에 많이 남겨두고 여기는 몇 개 없다고 했으면서 오늘 가지고 온 게임들은 전부 내가 해본적이 없는 게임었다.

첫번째 게임으로 투르네를 돌렸는데, 벨기에 디자이너인 Sebastien Dujardin이라는 사람의 작품이다. 이 사람 작품으로는 트루아라는 게임이 더 유명한데, 박스 디자인이 거의 비슷해서 처음에는 두 게임을 혼동했다.

게임은 다양한 건물 카드와 인물 카드들을 가상의 3X3 격자에 깔아서 게임이 끝났을 때 카드에 적혀 있는 점수를 가장 많이 받는 사람이 승리하는 건축게임에 가깝다. 인물 카드들은 주변에 놓인 다른 카드들에 의해서 시너지 효과를 받기 때문에 인물카드와 건물 카드를 적절한 위치에 나눠서 짓는 것도 중요한 전략 중 하나이다. 카드를 9장 깔고 특정 조건을 만족시키면 게임이 종료되기 때문에 한번 룰만 익히면 상당히 금방 끝낼 수 있다는게 장점이다. 각각의 카드들은 총 3가지 종류의 색깔로 나뉘는데, 노란색은 돈, 흰색은 특수 능력, 빨간색은 이벤트 방어에 치중되어 있다. 돈은 카드를 까는데 필요하고 특수 능력은 시너지를 일으키기 좋아서 필요하지만 빨간색 카드는 딱히 중요해 보이지 않았는데, 첫판을 흰색과 노란색 카드 위주로 배치해서 승리한 후 두번째는 빨간색 카드와 일꾼 위주로 구입후 빨간색 카드와 일꾼에 추가로 승점을 주는 카드를 노렸더니 시너지 효과가 어마어마해서 쉽게 승리할 수 있었다.

카드 게임에서 제일 지적을 많이 받는 것은 카드빨로 게임이 망할 수 있다는건데, 이 게임은 카드를 9개의 덱으로 나눔으로써 그 문제를 상당히 많이 해소한 것 같다. 9개의 덱에 무슨 카드들이 들어있는지 미리 알 수 있고, 각각의 덱에 카드 장수가 그렇게 많지 않기 때문에 꼭 필요한 카드가 있다면 그 덱에서만 지속적으로 카드를 뽑아서 원하는 카드를 획득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전략인 것 같다.

게임의 진행은 건물을 짓고 그 능력을 일꾼으로 사용하는 것이다보니까 상대방과의 인터액션이 부족할 수 있는데, 그 부분은 상대방을 일꾼을 돈을 주고 사용하거나 상대방의 건물을 사용할 수 있는 카드들을 추가함으로써 어느정도 해소된 것 같다.

이날은 2인플 한판과 3인플 한판을 했는데, 주로 자신의 건물을 배치하고 능력을 사용하는 일에 게임의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하기 때문에 플레이어 숫자에 의해서 게임성이 크게 변하지 않는 것도 장점인 것 같다.

그 이후로는 이름만 많이 들어봤던 라 그랑하를 플레이해봤다. Michael Keller라는 스위스 작가의 게임인데 주사위를 사용하긴 하지만 숫자가 높고 낮음에 따른 유불리가 없고, 선이 굴린 주사위를 다 같이 나눠서 쓰기 때문에 운의 요소는 그다지 크지 않다. 이 게임에서 가장 특이했던 것은 카드인데, 카드를 위, 아래, 좌, 우로 4등분을 해서 각가 전혀 다른 기능들을 부여해놨고, 카드를 사용할 때 4개 중에 한가지만을 사용해야해서 지금 가장 필요한게 무엇인지를 잘 판단해서 카드를 내려놔야 하는 즐거운 고민을 안겨준다. 요즘 많은 게임들이 그렇듯이 모든 카드는 전부 다 다른 기능을 가지고 있고 카드 장수도 제법 많아서 리플레이성을 상당히 보장해줄 것 같다. 주사위로 사용할 수 있는 액션을 제한한다는 점에서 버건디의 성과 비슷한 느낌을 주지만 훨씬 더 전략적인 게임인 것 같다. 다만 아쉬운 부분은 대부분의 액션이 자신의 메인보드 위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부족한 인터액션을 보충하기 위해서 메인 보드에 약간의 영향력 싸움을 하도록 만들었는데, 보드 위에 말을 올리기가 쉽지 않아서 견제의 의미가 많이 줄어든 것 같다. 버건디의 성과 마찬가지로 2인플이나 다인플이나 비슷한 느낌을 주고, 인원수가 많아지는 만큼 게임시간도 더 길어지기 때문에 다인플이 잘 안 어울릴 것 같은데 긱의 최적인원수는 4인으로 나와 있어서 직접 4인플을 해보기 전에는 판단하기 힘들 것 같다. 버건디의 성을 좋아한다면 그 다음 단계로 추천할만한 게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