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11 2박3일 뉴욕 보드게임 모임(2)

뉴욕까지 왔으니 놀러 나갈까도 생각했으나 날도 많이 추웠고, 어차피 게임하러 왔는데 게임이나 실컷 하자고 해서 아침을 적당히 해결하고는 바로 게임 모드! 아침에는 가볍게(?) 아이패드 게임부터 시작했다. 첫 게임은 쓰루 디 에이지스. 역시 앱이 편하긴한데, 보톡스 가이오트님의 표현을 빌려 ‘빠꼬미?’ 들과 게임을 하다보니 무참하게 말렸다. 다음판으로는 아이패드 아그리콜라. 아그리콜라는 아내랑 수십판을 돌려서 자신이 있었으나, 처음보는 앱 인터페이스에 정신이 없고 아내랑 둘이서 할 때는 견제 생각없이 하다가 사방에서 견제 들어오고 선을 무수히 뺏어가니 구걸카드와 함께 처참하게 패배를 했다.

그리고는 본격적으로 보드게임 모드. 보유는 하고 있지만 해본적이 없다는 Isle of skye로 시작했는데 어제의 Isle of trains와 함께 두 분 다 못해본 게임이었지만 재밌게 즐기시는 것 같아서 보스턴에서부터 가지고 온 보람이 있었다. 역시 보드게이머는 처음 소개시켜준 게임 재밌게 하는걸 지켜볼 때가 가장 기분이 좋은 것 같다. 여전히 게임은 동행 여성분이 1등. 난 독보적인 꼴찌. Isle of skye는 타일들이 삐뚤빼뚤 깔리기 마련인데, 엄청 깔끔하게 직사각형으로 영지(?)를 구성하셔서 놀랐다.

오후에도 여전히 게임 삼매경. 오후에는 에퀴녹스님이 추천해주셔서 사게 된 Trajan과 Tikal을 돌렸다. 난 에퀴녹스님이 추천해주셔서 게임 설명도 해주실줄 알았는데, 내가 룰북 읽어봤다고 하니까 나에게 설명을 일임하셨다. 사실 룰 설명은 익숙하지만, 난 룰 설명을 내가 해야하면 좀 더 룰북을 꼼꼼하게 읽고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도 그려보는데 Trajan은 그냥 게임 시스템을 파악하려고 적당히 읽은거라 룰 설명을 맡기셨을 때 좀 당황했다. 그래도 어차피 게임을 해보셨던 분들이니, 적당히 룰북 읽어가면서 설명하는데 무리없이 이해를 하셔서 다행이었다. 역시나 게임은 꼴찌를 했지만, 이 게임 진짜 재밌다! 만칼라 시스템 게임으로는 오부족을 해 본게 전부인데, 오부족은 모두가 보드를 공유해서 내 마음대로 미플을 옮기기가 어려웠던 반면에 Trajan은 내 미플은 나만 사용하기 때문에 2, 3수 정도는 미리 계획을 하고 미플을 옮겨서 내가 원하는 액션을 할 수 있다. 게다가 펠트 게임답게 다양한 곳에서 점수가 나와서 원하는 테크트리를 타는 재미도 있다. 주사위에 재미들리기 전의 펠트 게임의 진수를 보는 것 같았다. 느낌상 2인플도 재밌을 것 같아서, 나중에 아내랑 플레이도 기대가 된다.

다음 게임은 티칼. 이건 룰북을 끝까지 못 읽었는데 다행이 에퀴녹스님이 설명해주셨다. 사실 처음에는 제 갈길 알아서 가는듯해서 약간 게임이 밋밋했다. 거기다가 타일 뽑기 운이 좀 있어서 나만 유물 타일이 안나오는 바람에 처음에 점수가 엄청 뒤쳐졌었다. 이 게임의 묘미는 후반부. 대충 타일이 다 열리고 나니 더 이상 발굴할 신전이 없어서 본격적으로 남의 신전을 노리기 위해서 치열하게 머리싸움을 해야한다. 나는 에퀴녹스님 뒤통수만 치고 (점수는 여성분이 얻고), 에퀴녹스님한테 막판에 크게 당해서 또 나락으로 떨어졌다. 초급자 룰로 했을 때는 초반부가 약간 지루한 감이 있는데, 상급자 룰은 타일 경매가 들어간다고 하니 게임이 어떻게 바뀔지 궁금하다. 하지만 아쉽게도 견제가 게임 재미의 상당부분을 차지해서 아내랑 돌리기는 좀 어려울 것 같다.

사실 이날의 (나의) 하이라이트는 보드게임이 아니었다. 한참 재밌게 게임하다가 숙소에 XBox가 있어서 다트 게임을 했었는데 난 몸으로 하는게 워낙 약해서 잘 할 수 있을지 약간 걱정이 됐다. 그런데, 이게 뭐지? 이상하게 다트가 내가 원하는 곳으로 쏙쏙 잘 들어가는 것이다. 정중앙에 꽂는 것도 별로 어렵지 않고, 가장 자리도 원하는 곳 아무대나 꽂아댈 수 있어서 거의 다트의 신으로 등극했다. 그 이후 골프도 한 게임 했는데 이것도 승리! 보드게임으로 처참하게 발렸으니 이런거로라도 만회해야지. 오스틴 모임에서는 크게 힘들지 않았는데 전문적으로(?) 하시는 분들과의 보드게임은 정말 어렵다.

역시 게임 좋아하시는 분들답게 플레이도 잘하지만 중간중간에 리액션이나 협상, 광고 등도 찰지게 잘하셔서 게임의 승패를 떠나서 정말 재밌게 놀았다. 게다가 사회전반의 문제에 관심이 많으신 에퀴녹스님과의 대화도 즐거웠다. 정말 2박 3일이 순식간에 지나가서 아쉬운 뉴욕 여행이었지만, 한국에 들어가게 되면 다시 찾아뵙기로 하고 보스턴으로 향하는 버스에 올라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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